[부산일보] “마우나리조트 붕괴 얼마나 됐다고…너무 가슴 아파”
“무슨 말이 위로가 되겠습니까? 그저 아픔을 함께하고 싶습니다.”
29일 오전 8시께 부산시청 1층 세월호 침몰 참사 합동분향소에 부산외국어대학교 학생 10여 명이 찾았다. 지난 2월 17일 경북 경주시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 참사 때 현장에 있었던 부산외대의 유럽미주대 및 인문사회대 학생들이었다. 검은 옷을 단정하게 차려 입은 학생들은 묵념을 위해 떨군 고개를 좀처럼 들지 못했다.
불과 두 달 전 새내기 후배와 친구들을 잃었기에 학생들의 안타까움은 남달랐다. 이날 분향소를 함께 찾는 데에도 고민이 있었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극복한 학생들이 의논 끝에 모여 조문한 것이지만, 리조트 참사의 상처가 채 아물지 않은 누군가의 아픔을 건드릴까봐 조심스러웠다.
부산외대 참사 겪은 학생들
부산시청 합동분향소 찾아
하지만 잇단 참사가 너무나 안타까워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한다. 같은 사고를 겪은 이들로서 고통을 나누고 싶었다는 것. 부산외대생들은 세월호 침몰로 어린 단원고 학생들이 깊고 차가운 바닷속에 아직도 있다는 사실에 비통함을 감추지 못했다.
김인현(25·유럽미주대) 씨는 “리조트 참사가 잊히기도 전에 이런 일이 발생해 너무나 마음이 아프다”며 “꿈 많았을 꽃다운 아이들이 사고를 당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인문사회대의 한 학생은 “나이를 떠나 사고 자체가 가슴 아프다”며 희생자 모두에게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들이 보기에 세월호 참사는 리조트 참사와 너무나 닮아 있다고 했다. 기성세대의 안전 불감증으로 못다 핀 어린 생명들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 김 씨는 “어른들이 매뉴얼대로만 했다면 비극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수(25·유럽미주대) 씨는 “모두 열심히 구조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정부가 사고 후 대처하는 모습을 보고 많이 아쉬웠다”며 “이번 사고로 구조시스템이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희생자들이 평안히 잠들기를, 실종자들이 꼭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그리고 유족과 생존자들이 슬픔을 잘 이겨내기를 온 마음으로 바랐다. 학생들은 “지금 남겨진 이들과 생존자들은 마치 죄인이 된 듯한 기분일 것”이라며 “이들의 안정에 묵묵히 내미는 따뜻한 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앞서 부산외대 일부 학생들은 지난 주말 전남 진도군 진도체육관에서 실종자 가족 대표단을 만나기도 했다. 아픔을 먼저 겪었던 입장에서 곁에 있어주고 싶었기 때문. 학생들은 “시간이 흘러 국민들이 참사를 잊으면서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이 될까봐 걱정”이라며 다시는 참사가 일어나지 않기를 염원했다.
송지연·박진숙 기자 sjy@
2014-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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